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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 실습생에서 간호학과 교수가 되기까지: 25년 여정의 기록

by cooca78 2025.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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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간호학과 교수

한 명의 간호사로 시작해 임상 경험을 거쳐 간호학과 교수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단순한 직업의 변화가 아닌, 전문성과 인간성, 사명감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인생의 여정입니다. 이 글은 간호학과 학생이었던 한 사람이 실습생으로서의 첫 떨림, 병동, 외과전담, 응급실 간호사로서의 치열한 하루, 관리자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소명을 경험하며 지나온 25년의 과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이 여정을 통해 간호사의 성장, 번아웃, 회복, 리더십, 교육철학까지 진솔하게 나눕니다.

첫 실습복을 입던 날,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간호학과’라는 이름 아래 교복처럼 똑같은 실습복을 입고 처음 병동에 들어서던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병원 특유의 냄새, 무표정한 표정으로 분주히 움직이던 간호사 선생님들,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던 나의 심장 박동. 환자 곁에 서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던 실습생 시절은, 간호라는 단어의 무게를 처음 체감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때의 나는 ‘환자를 도와야 한다’는 사명감과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실습 일지에 적힌 짧은 메모들, 실습 후 버스 안에서 무너졌던 눈물, 작은 칭찬 한 마디에 다시 용기를 내던 순간들. 이 모든 것이 내가 간호사가 되기까지의 출발점이었고, 지금의 나를 만든 토대였습니다. 간호사가 된 이후에도, 나는 계속해서 '간호란 무엇인가', '나는 어떤 간호사인가'라는 질문을 품었습니다. 응급실에서의 긴박한 순간, 병원 전체가 조용해지는 새벽의 병동, 환자의 마지막을 지켜보던 그 침묵 속에서 간호는 지식만이 아닌 '존재' 그 자체임을 배웠습니다. 이제는 교수가 되어, 학생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전까지의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그 여정을 되돌아보려 합니다. 한 사람의 간호 실습생이 어떻게 간호학 교육자가 되었는지를, 그리고 그 길 위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임상 25년의 시간, 간호사로 산다는 것의 의미

나는 간호사로서의 삶을 외과병동 10년으로 시작해서 마지막 13년응급실, 그리고 관리자 2년을 보냈습니다.

심장이 멈춘 환자 앞에서의 당황, 보호자의 오열, 팀워크가 없이는 단 1분도 버틸 수 없던 환경.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생사의 경계에 선 수많은 순간을 마주하며 ‘간호란 판단이고 반응이며 책임’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이후 나는 간호 관리자가 되었습니다. 리더가 된다는 것은 더 이상 ‘내 환자’만이 아닌 ‘내 팀원’, ‘내 조직’을 책임지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행정, 갈등 조정, 신규 간호사 교육, 팀 분위기 조율까지. 그 과정에서 나는 또 다른 차원의 스트레스를 경험했고, 동시에 ‘관리자적 시선’을 얻었습니다. 현장의 어려움을 안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 팀원의 지지자가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체득하게 되었죠. 그 후, 나는 오랜 임상 경험을 안고 간호학 교수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강의실에 섰을 때, 나는 다시 실습생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이론은 넘치지만 임상은 모자란 교과서. 눈앞의 학생들에게 진짜 간호의 본질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교과서 사이사이에 내가 겪은 응급실 이야기, 병동의 상황, 환자와 나눈 마지막 대화를 녹였습니다. 그 이야기에 학생들은 귀 기울였고, 나는 다시 간호사로서의 자긍심을 회복했습니다. 실습 지도교수로서 현장을 다시 찾을 때면, 나의 옛 그림자들이 실습복을 입고 내 옆을 지나갑니다. 그들의 질문은 과거의 나의 고민이기도 하고, 그들의 긴장은 내가 보듬어주고 싶은 한 조각의 마음입니다. 나는 이제 그들에게 말합니다. “간호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이고, 마음이며, 결국 사람을 향한 직업이다”라고.

한 사람의 간호사에서, 한 세대의 간호사를 키우는 사람으로

내가 간호학과 교수로 서 있는 지금, 나는 여전히 ‘간호사’입니다. 단지 환자의 침대 옆이 아닌, 학생들의 인생 옆에 서 있을 뿐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론을 가르치고, 누군가에게는 길을 안내하며, 또 누군가에게는 그저 조용한 지지자로서 존재합니다. 지금도 교실 한 구석에는 혼란스러워하는 실습생이 있고, 현장에서는 지친 야간근무자가 있습니다. 나의 여정이 그들에게 잠시 숨 고를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길 바랍니다. 간호는 끊임없이 나를 변화시켰고, 그 변화의 누적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간호 실습생에서 간호학 교수로, 그 사이에 수많은 밤과 낮, 수술과 퇴근, 울음과 웃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간호사의 삶이라는 것을, 나는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나는 간호를 가르치며 배우고, 배움 속에서 다시 간호를 사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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