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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란 직업

사람을 살리는 말: 25년차 간호사가 후배에게 꼭 해주는 10가지 조언

by cooca78 2025. 6. 8.

선배 간호사의 조언

간호사는 몸뿐 아니라 마음을 돌보는 직업이다. 그러나 정작 간호사 본인의 마음은 돌봄에서 자주 소외된다. 이 글은 25년 차 임상경력을 가진 간호사가 실제 후배 간호사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고단한 현실 속에서 흔들리는 간호사들에게 꼭 필요한 말들을 정리한 것이다. 이 말들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임상에서 생명을 살리고 동료를 지키며, 자신도 지켜온 사람의 진심이다. 위기 속에서 흔들리는 간호사들에게, 그리고 간호의 길을 걸어가는 모든 이들에게 이 말들이 위로와 방향이 되기를 바란다.

경험은 말을 더디게 하지만 진심을 더 깊게 한다

간호는 기술 이전에 사람의 이야기다. 실무는 책으로 배우지 않는다. 실습으로 익히고, 환자와 눈을 마주치며, 동료와 실수 속에서 부딪히며, 조심스럽게 감정의 결을 만지는 과정을 통해 체화된다. 그런 임상에서 1년을 버틴다는 것은 단순히 출근을 반복했다는 뜻이 아니다. 생명의 위기 앞에서 두려움을 숨겼고, 실수 앞에서 뼈아픈 반성을 했으며, 끝없이 흔들리는 감정 속에서 ‘괜찮다’는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 되뇌며 버텼다는 의미다. 그런 후배들을 볼 때마다, 나는 말 대신 어깨를 다독인다. 간호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고됨이 늘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환자가 웃으며 퇴원하는 순간, 죽음을 앞둔 환자의 손을 잡아주었을 때, 동료가 ‘덕분에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을 때, 그 모든 시간은 선명하게 의미를 되찾는다. 그간 나는 수많은 실습생과 신규 간호사, 임상 중간에 길을 바꾸려는 이들을 만났다. 그들에게 공통으로 했던 말들이 있다. 말 한마디로 삶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내게 진심으로 해준 말이 그날의 무너짐을 막아준 적이 있었다면, 나 또한 그 말을 전하고 싶다. 오늘은 그런 이야기다. 말은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살리는 힘이다.

간호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10가지 말

1. “환자의 반응보다 너의 판단을 먼저 믿어.”

경험이 적을수록 환자의 말이나 반응에 좌우되기 쉽다. 그러나 네가 배운 지식과 이론, 그리고 감각은 무시해도 될 만큼 하찮지 않다. 침착하게 우선순위를 생각하고, 데이터에 근거한 판단을 하도록 해.

2. “실수는 치명적일 수 있지만, 숨기면 더 위험해져.”

처음에는 작은 실수도 무섭고 부끄럽다. 하지만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 진짜 전문가의 태도다. 네가 실수를 인정할 때, 동료는 신뢰를 보내고 시스템은 개선의 기회를 가진다.

3. “이 일을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

모든 사람이 간호를 천직처럼 여기지 않는다. 그건 잘못이 아니야. 때로는 이 일이 견딜 만한 ‘직업’이길 바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 안에서도 의미는 찾아진다.

4.*“퇴근하고는 진짜 네 삶을 살아.”

간호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지만, 네 인생 전부를 바치라는 의미는 아니다. 근무 후엔 당당히 네 시간을 살아. 그게 오래가는 비결이야.

5. “고통을 듣되, 네 감정도 들어야 해.”

환자의 고통에만 집중하다 보면 자신이 무너진다. 감정을 외면하지 말고, 네 마음도 돌봐야 한다. 그게 너를 지키는 시작이다.

6. “완벽하지 않아도 돼. 다만 책임은 져야 해.”

실수는 있어도 책임 회피는 없어야 해. 완벽함은 기대하지 않아도 돼. 대신 최선을 다한 결과에 책임지는 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7. “‘감정노동자’가 아니라 ‘감정관리자’가 되어야 해.”

환자나 보호자의 폭언에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감정을 조절하고 흐름을 주도하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정서지능은 훈련될 수 있다.

8. “동료는 경쟁자가 아니라 동반자야.”

간호는 팀워크다. 동료를 믿고 도울 때 더 나은 간호가 가능하다. 함께 버티는 것이 혼자 견디는 것보다 훨씬 오래간다.

9. “환자의 ‘이름’을 기억해.”

환자는 침대번호가 아니다. 이름을 부르면 환자의 반응이 달라진다. 인간적인 접근은 간호의 질을 끌어올리는 출발점이다.

10. “너도 보호받을 권리가 있어.”

간호사도 노동자이며, 인간이며, 감정을 가진 존재다. 부당한 대우에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너를 지키는 것이 간호를 지키는 길이다.

말은 약이 될 수 있다: 말하는 간호, 듣는 간호

간호는 고요하지만 강한 말의 연속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기를 바라지만, 때로는 말로 풀어야 관계가 회복된다. 우리는 환자에게도, 동료에게도, 자신에게도 더 많은 말을 해야 한다. 정확한 처방만큼이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치유의 힘을 갖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수없이 경험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에게는 ‘괜찮다’는 말 한마디조차 인색하지 않았는가. 나는 지금도 신규 간호사나 실습생이 “그만두고 싶어요”라고 말할 때, 말로 답하지 않고 옆에 앉아 있는 시간을 먼저 선택한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꼭 말한다. “네가 아무리 부족해 보여도, 나는 네가 여기 있는 것만으로 고맙다.” 그 말이 진심일 수 있는 건, 나도 그런 말을 듣고 살아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한다. 그러나 먼저 살아내야 사람을 살릴 수 있다. 말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다. 오늘, 네가 자신에게 건넨 말이 따뜻했기를 바란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기를 바란다. 간호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결국 사람을 향한 태도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