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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나를 사랑하는 연습

by cooca78 2025. 5. 19.

간호사는 누군가를 돌보는 일을 업으로 삼지만, 때로는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법에는 서툴러집니다. 직업적 책임감과 감정노동 속에서 스스로를 잃어가는 경험은 많은 간호사들이 공감하는 지점입니다. 이 글에서는 간호사로서의 삶을 살아가며, ‘한 사람으로서 나’를 다시 사랑하기 위해 내가 해온 작고 사적인 연습들을 이야기합니다.

간호사라는 이름에 가려진 ‘나’를 다시 들여다보다

간호사가 된 이후, 나는 많은 역할을 감당해 왔습니다. 누군가의 통증을 경청하는 사람, 가족의 안심을 책임지는 사람, 의사의 판단을 빠르게 실현하는 중간자. 병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나는 늘 누군가의 기대를 받고, 누군가의 위급함에 반응하며, 일과 감정의 경계를 허물고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나며 나도 모르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 ‘나’는 온데간데없고 오직 ‘간호사’라는 이름만 남았다는 사실을 말이죠. 퇴근 후 거울을 보면, 웃고 있는 내 얼굴을 오랜만에 보게 됩니다. 일터에서는 바쁘게 돌아다니고, 감정을 누르고, 흔들림 없이 의연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내 표정 하나하나마저 통제되어야 했습니다. 병원 안에서의 나는 감정을 자주 내려놓는 연습을 했지만, 병원 밖에서는 오히려 내 마음을 꺼내 드는 일이 어색해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나 자신을 돌보는 데 이렇게 서툴러졌을까?’ 그 질문은 나의 작은 연습의 시작이었습니다. 간호사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나를 사랑하는 연습. 내가 간호사이기에 감정을 억눌러야 했던 모든 순간들을 천천히 다시 안아보는 일. 그것은 누군가를 위해 존재했던 나를, 이제는 ‘나를 위해서도’ 존재하도록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연습, 아주 사적인 다짐들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말은 어쩌면 가장 막연하고 어려운 다짐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간호사처럼 늘 ‘타인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직업적 철학 속에 살아온 사람에게는 더 그렇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내 마음을 감추는 법, 피곤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법, 슬퍼도 웃는 법을 배워왔습니다. 그런 훈련은 일터에서는 분명 필요했지만, 내 일상에는 차갑게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작고 사적인 것부터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퇴근 후 내 감정을 적는 일기 쓰기, 거울 앞에서 “오늘도 고생했어”라고 말해주는 연습,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아무 이유 없이 울어도 괜찮다고 허락하는 순간들. 이 모든 연습은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점 내 감정에 색깔이 입혀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멋진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멈추고, 느끼고, 그대로 인정하는 과정입니다. 어느 날은 지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죄책감 대신 휴식을 선택하는 용기. 내 기분이 가라앉은 날은 억지로 밝아지려고 하지 않고, 조용히 나를 이해해 주는 태도. 또한, 스스로에게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자주 들려주는 것도 연습이 되었습니다. 병원 안에서는 매일 평가받고 비교당하는 환경에 놓이기 때문에, 자존감이 쉽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 밖에서는 내가 나를 지지해 주는 유일한 존재가 되어야 했습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 내가 겪는 피로, 내가 이겨낸 하루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니까요. 이런 연습을 통해 나는 비로소 ‘간호사’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던 ‘나’를 조금씩 꺼내어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나’는 완벽하진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고, 고단하지만 묵묵히 버티고 있는 사람입니다.

간호사로 살기 위해, 나 자신을 더 사랑해야 한다는 것

간호사는 늘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직업입니다. 아픈 사람을 위로하고, 불안을 안아주며, 생명의 끝자락에서 따뜻한 손을 잡아주는 사람.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간호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돌보는 마음입니다. 남을 돌보기 위해선 먼저 내가 단단해야 하고, 그 단단함은 ‘스스로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됩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일만 잘하는 간호사’로 사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나를 아끼는 간호사’, ‘삶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새로운 목표입니다. 간호사로서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헌신일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멈추고, 내 감정을 바라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것도 아주 당연하고 건강한 일입니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삶을 살고 싶다면, 그 시작은 결국 내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내가 얼마나 고된 하루를 버텼는지, 얼마나 많은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 그 모든 순간을 나만은 알아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하루를 마치고, 거울 앞에서 조용히 이렇게 말해봅니다. “나는 간호사이기 전에, 나라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충분히 잘해냈습니다.” 이 글을 읽는 간호사 여러분께도 그 말이 닿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당신 자신에게도 조용히 이렇게 속삭여보세요. “나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입니다.” 우리가 이 연습을 매일 조금씩 이어갈 수 있다면, 간호사로서의 삶도, 인간으로서의 삶도 훨씬 더 따뜻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