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돌아가는 병원 일정 속에서도, 간호사에게는 ‘잠시 멈춤’이 필요합니다. 반복되는 교대근무와 정서적 피로 속에서 진정한 회복을 경험하는 시간, 그것이 바로 여행입니다. 이 글에서는 간호사로서 살아가는 나의 일상에 쉼표를 찍어주는 주말여행과, 그 속에서 회복되는 ‘나다움’을 찾아가는 리셋 루틴을 소개합니다.
병원과 일상 사이, 여행이 필요한 간호사의 마음
간호사의 삶은 매 순간 빠르게 흘러갑니다. 시간에 쫓기듯 약을 투약하고,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보호자의 질문에 응대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끝나 있습니다. 교대근무가 반복되면 낮과 밤의 개념이 흐려지고, 어느 순간에는 요일 감각조차 사라집니다. 이런 일상 속에서 마음과 몸은 조금씩 마모됩니다. 특히 정서적 피로는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 위험합니다.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며 그들을 돌보는 일이지만, 정작 내 감정은 뒤로 밀려나기 일쑤입니다. 그럴 때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거리 두기’였습니다. 병원이라는 공간, 간호사라는 역할, 그리고 멈추지 않는 책임감과 잠시라도 떨어져 있는 시간. 주말마다 짧은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마음에서였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는 시간에서, 나를 위한 시간으로 이동하는 것. 여행은 내 삶에 꼭 필요한 **감정의 환기**이자, 나다움을 되찾는 루틴이 되었습니다. 출근 시간에 쫓기지 않는 아침, 모르는 동네를 걷는 낯선 설렘, 휴대폰을 내려놓고 바라보는 풍경. 이 모든 것이 내게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간호사이기 전에, 한 사람입니다.” 여행은 간호사로서의 나를 지탱하는 연료이자, 삶에 대한 애착을 되살리는 중요한 감정적 회복의 시간이었습니다.
주말 여행이 간호사의 감정을 리셋해주는 이유
여행은 단순한 ‘비움’ 이상의 경험입니다. 그것은 내 마음을 다시 채우는 과정입니다. 간호사로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늘 긴장 속에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근무 중에도 긴장된 어깨를 유지하고, 환자의 상태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작은 실수에도 죄책감을 느낍니다. 이런 감정이 누적되면 몸은 물론 마음까지도 굳어버리게 됩니다. 그때 떠난 짧은 주말 여행이 주는 자유는 생각보다 강렬했습니다. 토요일 아침, 배낭 하나 메고 서울 근교의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느낀 해방감은 아직도 기억납니다. 병원 유니폼 대신 편한 옷을 입고, 목적 없이 동네를 걷고, 계절의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 쌓인 긴장이 조금씩 풀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는 가끔 바다를 보러 갑니다. 물결이 반복되며 부서지는 모습을 바라보면, 병원에서 반복되는 업무와 감정의 소용돌이마저 차분히 정리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바다 앞에서는 누구도 나를 간호사로 부르지 않고, 나는 단지 자연 앞에 선 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 공간에서 나는 진짜 내 감정을 마주하게 되고, 다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천천히 되새기게 됩니다. 여행지에서의 작은 루틴들도 의미 깊습니다. 카페에서 천천히 책을 읽거나, 일몰을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 이런 순간들 속에서 나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솔직한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간호사로서의 나를 채워주는 건, 때로는 이런 평범하고 단순한 감정들입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을 때, 환자에게 더 따뜻한 마음을 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여행이라는 쉼표, 간호사로서의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주말 여행은 단순히 일상에서 벗어나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간호사라는 무게를 내려놓고, 나 자신에게 말을 거는 아주 조용하고 섬세한 과정입니다. 나는 이 시간 덕분에 더 오래, 더 건강하게 간호사로 살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병원이라는 공간은 누군가의 삶을 지켜주는 곳이지만, 간호사 개인에게는 감정과 에너지가 계속해서 빠져나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 안에서 지속가능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회복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나에게 여행은 그 회복의 상징입니다. 리셋 루틴을 꾸준히 만들고 유지하면서, 나는 점점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다음 주에는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대응도 부드러워졌고, 동료와의 관계도 한결 여유로워졌음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환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 더 따뜻한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나를 먼저 위로하고 다독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신이 간호사라면, 그리고 지금 지쳐 있다면, 이번 주말은 조금 다르게 보내보세요. 가까운 여행지로 짧은 외출을 떠나거나, 아예 하루를 비워 혼자만의 공간에서 머물러 보세요. 우리는 누구보다 돌봄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이니까요. 단지 그 돌봄을, 이제는 자기 자신에게도 돌려줄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