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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밖에서 피어난 나의 취미와 소확행 이야기

by cooca78 2025. 5. 18.

하루 대부분을 병원 안에서 보내는 간호사에게 ‘퇴근 후’는 단순한 휴식이 아닌 자기다움을 되찾는 시간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병원 밖에서 피어난 취미와 작은 행복은, 삶의 균형을 지키는 소중한 동력입니다. 이 글에서는 간호사로 살아가면서 발견한 취미의 가치, 그리고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주는 위로를 이야기합니다.

간호사의 삶에도 피어나는 취미와 소확행

간호사로 살아간다는 건 늘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삶을 의미합니다. 특히 병원이라는 공간은 늘 예기치 못한 일로 가득하기에, 출근하는 순간부터 퇴근할 때까지 몸과 마음이 쉼 없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업무 강도는 물론이고,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무게감까지 더해지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면 온몸이 녹초가 되곤 하죠.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면 ‘나’라는 존재가 오직 직업으로만 정의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간호사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인간으로서의 나를 돌보는 시간을 놓치게 되는 것이죠.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깨달았습니다. “나는 과연 나를 위한 시간을 살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 말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하면서 병원 밖의 시간이 더 이상 단순한 휴식이 아닌, ‘내 삶의 일부’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아주 작은 행복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무언가 거창한 취미는 아니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일상을 즐기는 방법—바로 ‘소확행’이었습니다. 책을 읽는 시간, 뜨개질을 하는 시간, 작은 화분에 물을 주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 이런 순간들이 쌓이면서 병원 밖의 나는 간호사가 아닌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고, 비로소 삶의 균형이 조금씩 회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병원 밖에서 피어난 나만의 취미, 마음을 살리다

나의 첫 번째 취미는 독서였습니다. 어릴 적에는 책을 좋아했지만, 간호학과에 진학하고 업무에 치이며 자연스레 멀어졌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 시기, 갑작스레 늘어난 공백 시간 속에서 책을 다시 집어 들었습니다. 처음엔 힘들게 시작했지만, 어느새 하루 10분씩 읽는 책 속 문장이 나를 달래주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 시간은 조용하지만 결코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병원에서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고, 판단하고 실행하는 삶과는 반대로, 책은 생각할 틈을 줍니다. 한 줄 한 줄 읽으며 내 감정을 비춰보고, 마음속에 조용한 울림을 주는 그런 경험은 매번 새롭습니다. 특히 간호사로서 겪는 고충과 인간관계의 피로를 다룬 에세이를 읽을 때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을 느끼며,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두 번째 취미는 아주 단순한 것, 바로 반려식물 키우기였습니다. 선인장 하나로 시작한 취미는 지금은 작은 테이블 화분 7개까지 늘었습니다. 출근 전 잠깐 물을 주고 퇴근 후 상태를 살펴보는 이 단순한 행위가, 생각보다 내 하루에 큰 영향을 미치더군요. 식물은 말이 없지만, 어느 날 작게 피어난 잎 하나, 살짝 길어진 줄기 하나가 나를 미소 짓게 합니다. 내 손에서 자란 생명이라는 사실이 주는 성취감도 꽤 큽니다. 이처럼 병원 밖에서 피어난 취미는 일상의 틈을 채우는 작은 기쁨이자, 지친 마음을 회복시키는 자양분이 되어줍니다. 단순하지만 진심을 담은 행동들이 누적될수록 나는 조금 더 나를 아끼고, 이해하고, 돌보게 되었습니다.

간호사의 하루를 견디게 해주는 소확행의 힘

‘소확행’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그저 유행어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의 나는 그 단어가 주는 울림을 깊이 이해합니다. 하루를 온전히 병원에서 보낸 뒤, 집에서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 좋아하는 라디오 채널을 틀어놓고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 반려식물에 ‘잘 컸다’며 말을 건네는 그 짧은 시간들. 이 모든 것이 내가 병원 밖에서 찾은 소확행입니다. 이런 작은 기쁨들이 없다면, 아마 나는 지금처럼 간호사로서의 삶을 지속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일은 계속되고 피로는 쌓이지만, 그 와중에도 내 삶을 나답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작은 것들의 위로’ 덕분입니다. 소확행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것은 삶의 태도이자, 자기 자신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으로 살아가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나를 보살펴줄 시간, 나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나에게 작은 기쁨을 허락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간호사라는 직업을 건강하게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중요한 기반입니다. 오늘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병원 밖의 삶이 공허하게 느껴진다면,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향 좋은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 것, 작은 화분 하나를 들이는 것, 또는 하루 5분이라도 일기장을 펼치는 것. 그 안에서 당신만의 ‘작고 확실한 행복’이 분명 피어날 겁니다. 간호사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삶을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