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로 일하는 엄마는 매일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병원을 오갑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 엄마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외로움과 죄책감이 있습니다. 이 글은 간호사이자 엄마로 살아가는 한 여성의 내면을 담은 편지 형식으로, 독자에게 진한 울림을 전하고자 합니다.
병원과 집 사이, 두 세상의 경계에서
사람들은 흔히 간호사를 '천사'라고 부릅니다. 생명을 돌보고, 환자의 고통에 함께하며, 때론 자신의 건강조차 뒤로한 채 병원에 헌신하는 그들의 모습을 그렇게 표현하지요. 그러나 간호사이자 ‘엄마’로 살아가는 여성에게는 또 다른 현실이 존재합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과 동시에, 집에서는 아이의 웃음을 놓치고, 성장의 순간을 지켜보지 못하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합니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지 못한 아침, 재롱잔치에 가지 못한 어느 날, 열이 난 아이 곁에 있어주지 못했던 밤. 그 순간에도 간호사 엄마는 병원에서 다른 누군가의 아이, 누군가의 부모, 누군가의 삶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가족보다 환자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 아이러니는 간호사 엄마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간호사의 삶은 타인의 삶을 우선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엄마라는 또 다른 역할은, 그 누구보다 내 아이에게 헌신해야 함을 요구합니다. 두 가지 역할 모두 최선을 다하려다 보면 결국 스스로를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이 글은 그런 엄마의 마음을 솔직하게 담은 편지입니다. 간호사 엄마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들의 흔들리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자 합니다.
아이에게 보내는 한 통의 편지
사랑하는 우리 아이에게. 오늘도 엄마는 아침 일찍 병원으로 나갔단다. 너는 아직 꿈나라에서 잠들어 있었지. 네가 눈을 떴을 땐, 아마 할머니가 아침을 차려주고 있었을 거야. 엄마는 그 순간, 응급실에서 급히 들어온 환자의 심장을 살리기 위해 정신없이 뛰고 있었단다. 엄마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환자들을 만난다. 어떤 이는 눈을 감았고, 어떤 이는 기적처럼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지. 그들 앞에서 엄마는 늘 강해야 했어. 눈물을 보이면 안 되고,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되는 자리에 서 있어야 했단다. 하지만 너를 생각하면, 엄마는 종종 마음이 무너진단다. 네가 아플 때, 네가 엄마를 찾을 때, 엄마는 옆에 없었잖니. 그게 엄마에겐 늘 미안한 일이야. 아이야, 엄마는 네가 어느 날 물었던 그 질문을 기억해. “엄마는 왜 나랑 자주 못 놀아?” 그때 엄마는 대답을 하지 못했단다. 사실은 말이야, 엄마는 누군가의 엄마이기 이전에, 매일 생명을 다투는 전쟁터에 서 있는 간호사야. 누군가가 아플 때, 엄마가 거기 없으면 그 생명은 더 위험해질 수 있어. 그래서 엄마는 네 곁에 오래 머물 수 없는 걸까 봐 겁나기도 해. 하지만 잊지 말아 줘. 엄마는 늘 네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단다. 병원에서의 엄마는 ‘간호사’로 불리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너의 엄마’야. 네가 자라는 동안 엄마는 늘 지켜보고 있단다. 비록 함께 있는 시간이 적을지라도, 사랑은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다는 걸 꼭 알아줬으면 해. 언젠가 네가 더 자라서 이 편지를 읽게 될 날이 오면, 그때의 엄마도 여전히 병원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살리고 있을 거야. 그리고 여전히, 너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을 거야.
간호사 엄마도 외롭습니다 – 함께 걸어가는 길
간호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하나의 직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에 책임지는 태도를 품고 살아가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무게는 때때로 가족이라는 소중한 울타리에서의 시간을 빼앗기도 합니다. 간호사 엄마들은 늘 아이에게 미안함을 안고 일터로 향합니다. 환자를 돌보는 일은 곧,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통해 많은 이들이 간호사 엄마들의 마음을 이해하길 바랍니다. 그들은 삶의 최전선에서 타인을 살리면서도, 내면에선 한 아이의 엄마로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들의 눈빛을, 그들의 침묵을 따뜻하게 바라봐 주세요. 이름 없이 일하는 그들이, 집에서는 이름이 불리는 단 하나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세요. 이 세상의 모든 간호사 엄마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고,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동시에, 한 아이의 마음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헌신이며, 가장 숭고한 사랑입니다.